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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열풍 속, 日 도시바 휘청… 물 만난 한국 반도체
작성자 웨스트팩 날짜 17-01-0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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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정보기술) 산업의 대표주자인 반도체가 올해 초(超)호황기에 접어든다. 미국의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는 2일 "올해 메모리(저장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10.3% 성장한 853억달러(약 10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에는 상반기의 부진을 하반기에 만회한 '상저하고(上低下高)'였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신바람이 날 것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각종 IT기기의 저장장치로 쓰이는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강자(强者)였던 일본 도시바의 경영 위기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최근 들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한국 증시 시가총액 순위 1·2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상무는 2일 "반도체 업계에선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호황이 앞으로 2~3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르네상스 맞은 반도체 업계

반도체 호황을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은 낸드플래시의 수요 폭발이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낸드플래시는 자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부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한 가전제품과 서비스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낸드플래시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도 낸드플래시 수요 폭발의 한 축이다. 첨단운전자보조장치, 인포테인먼트 등을 중심으로 이 분야 낸드플래시 수요는 5년 안에 15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이 주목을 받으면서 올해 세계 낸드플래시 수요는 작년보다 2~3배 증가하는 반면 공급량은 반도체 기업들의 증설에도 1.5배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쳐 가격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스마트폰 역시 낸드플래시와 D램 반도체의 수요를 이끌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1일 "올해 세계에서 출시되는 스마트폰이 15억7000만대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성능이 향상되면서 한 제품당 들어가는 D램 반도체 양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한국과 중국 주요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가격 상승세가 올해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과 낸드플래시는 작년 6월부터 작년 말까지 각각 50%, 30%씩 가격이 뛰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 '빅3'가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라며 "낸드플래시처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더라도 공급 물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가격이 올해 내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의 경영 위기도 변수

이런 가운데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원조(元祖)로 불리는 일본 도시바의 경영 위기는 세계 반도체 업계에 큰 변수로 등장했다. 도시바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작년 3분기 점유율 19.8%를 기록, 삼성전자(36.6%)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도시바는 오는 2월 일본 시가현에 3D 낸드플래시용 제2공장을 착공하고, 삼성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바는 반도체와 함께 주력으로 내세운 원전(原電) 사업으로 인해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28일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도시바 사장은 원전 사업에서 수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도시바의 신용등급을 기존 'B3'에서 투기등급 수준인 'Caa1'로 낮췄다.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신용등급까지 떨어지면서 반도체 신규 투자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대 황철성 교수(재료공학)는 "도시바의 위기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반도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경기가 호황일 때 후발 주자와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투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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