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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모든것' 깨알재미…"그뤠잇!"
작성자 웨스트팩 날짜 17-10-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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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관련 기업 180개사 참가한 '2017 반도체대전'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스.



열기 달아오른 '2017 반도체대전', 180개사 참가
 보고 듣고 만지는 체험공간…최초의 D램도 전시

'두두두두~' 거친 진동과 함께 선반 위에 나란히 놓인 휴대용 저장장치 2개가 심하게 흔들렸다. 오른쪽은 반도체를 이용한 저장장치인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왼쪽은 흔히 볼 수 있는 HDD(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다.

그러고는 진행요원이 각각의 저장장치에 담긴 동영상을 클릭했다. 오른쪽 모니터에선 잘 나오는 동영상이 왼쪽 모니터에선 먹통이다. HDD는 흔들림이 일어나면 동영상을 재생할 수 없었던 비해 SSD는 안정적으로 동영상을 구현해 둘 사이의 성능 차이를 비교했다.

3기가바이트(GB)짜리 동영상을 노트북에서 저장장치로 옮길 때도 SSD는 10초에 끝난 반면 HDD는 20초 넘게 걸렸다. 진행요원이 스톱워치를 보여주며 직접 초를 쟀다.
지난 17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7 반도체대전'에선 최신 흐름을 파악하고 구매상담을 하려는 반도체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반도체란 무엇이며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확인하려는 직장인과 학생들로 붐볐다.

이곳에선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끼고 게임 삼매경에 빠진 사람부터 반도체 성능에 따라 스마트폰의 작동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눈으로 본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부스 벽면엔 반도체의 핵심특징을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실물을 진열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실물이라고는 해도 손톱보다 작은 검은색 반도체칩이 전부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대기하던 직원들이 슬쩍 다가와 주요 기능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UFS(유니버셜 플래시 스토리지)는 기존 eMMC(내장형 멀티미디어 카드)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저장된 이미지를 불러옵니다. 핸드폰에서 썸네일 사진을 위로 밀어올리면 사진 목록이 쭉 뜨죠. UFS는 이 때 걸리는 시간을 줄여줍니다. 혹시 갤럭시S8 쓰세요? 그 안에 UFS가 내장돼있습니다. 최근엔 자동차용으로도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죠."

UFS는 모바일 기기에 주로 사용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비슷한 기능의 eMMC는 한번에 한방향으로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데 비해 UFS는 양방향으로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다. 편도 1차선만 있던 도로에 왕복으로 지나다닐 수 있게 새로 길을 뚫은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속도가 빠르다.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고화질 이미지센서인 '아이소셀(ISOCELL)' 코너에 공을 들였다. 여느 이미지센서는 빛이 들어오면 여러개의 셀로 흩어지지만 아이소셀은 셀 하나마다 벽을 세워 셀 사이 빛의 간섭을 줄인 제품이다. 이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한 진행요원은 "갤럭시노트8이 기존 제품보다 사진의 초점을 빨리 잡아주는 것도 아이소셀 덕분"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가 일으키는 생활의 변화에 주목했다. 대형 오락실에 있을 법한 조종석을 전시회로 가져와 관람객이 슈팅게임을 경험하게 했고 인공지능(AI) 로봇도 등장시켰다. 스마트폰으로 박진감 넘치는 증강현실(AR) 게임을 즐기도록 한 코너에는 여러 사람이 줄지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가상현실·증강현실·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변화를 보여주며 이 모든 것에 반도체가 쓰인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이 1970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D램과 도시바가 1989년 선보인 낸드플래시를 전시해 관람객의 흥미를 끌기도 했다. D램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가 올해 내놓은 제품(8Gb LPDDR 4X)은 용량이 6710만배(비트 기준) 커졌고 미세공정은 500배나 정밀해졌다. 동작전압도 16V에서 0.6V로 낮아졌다. 고성능·고용량·저전력을 특징으로 하는 반도체 기술발달을 한눈에 보게 한 것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는 반도체 장비와 소재부품, 설계, 재료, 설비 등 반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국내외 기업 180개사가 참가했다. 세계 2위 파운드리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즈는 자신의 공정기술을 선보이는 부스를 마련했고, 센서와 컨트롤러 등의 강자인 ST마이크로는 사물인터넷 반도체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홈을 소개했다.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지적자산(Intellectual Property)을 유통하는 국내외 6개 기업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각 기업에서 나온 직원들이 숨겨진 기술력을 뽐내려고 먼저 관람객에게 다가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상하이에서 방문한 노만 후앙 아반트 부사장은 "무엇이든 물어보라"며 자신의 명함을 건넸고, 한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전세계 50대 팹리스 기업(IC인사이츠 발표 기준)에 이름을 올린 실리콘웍스도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질문에 스스럼없이 답했다.

이학선 기자 naema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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